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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때문에 멸종한 동물들

블린데디 2020. 9. 23. 22:35

 

옛날옛날 아메리카에는 검치호라는

고양이가 살았었다.

 

고대 생물에 별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이 새끼들만큼은 그 이빨 때문에

한번쯤 봤을 것이다.

 

검치호의 특징이라면 이름부터

'검치'(검의 칼날)일 정도로 인상적인 그

이빨이라 할 수 있다.

 

근데 이 동물이 멸종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이빨, 정확히는 이

이빨의 목적 때문이었다는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검치호 새끼들은

짝짓기를 해보려다가 멸종한 종족이라는 것이다.

 

이빨이 무슨 관련이냐

 

 

 

바로 검치호 암컷이 이빨 크기를

중요시여겼기 때문이다.

 

암컷들이 교배를 해주려면

일단 수컷 이빨이 커야했다.

 

검치호들에게 이빨 크기는 

중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절박해진 검치호들 사이에서

역사에 길이남을 유전전쟁이

시작됬다.

 

검치호들이 이빨길이를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빨 긴 놈들만 새끼를 낳기 시작하니

진화 방향이 통째로 뒤틀리기 시작한다.

 

저 두개골를 보자. 멋은 나지만

저런 이빨을 가지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 할 수 있을까?

 

이 새끼들은 검치가 하도 커버린 나머지

고기 씹는 것도 제대로 못했다.

기껏 먹잇감을 쓰러뜨려도 

 

검치가 걸리적거려서 어기적거리면서

옆얼굴로 식사해야 했다.

 

 

 

 

 

 

 

근데 저 검치는 무기로도 효율이

좋지 못했다. 

 

코끼리의 상아나 코뿔소의 뿔을 보자.

전부 앞방향, 즉 찌르기 좋은 방향으로

나도록 진화해있다.

 

근데 검치호 뿔은 아래방향으로 자란다. 

 

그냥 가서 들이박으면 되는 뿔이랑

아가리 90도 가까이 찢은 다음에

들어올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어야 하는 검치. 

 

어느 쪽이 전투에 더 유리할 지는 자명하다. 

 

 

 

심지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검치는

내구력도 너무 좋지 않았다.

옆에서 충격이 오면 금방 부러져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이 새끼들은

치악력(무는 힘)에도 문제가 있었다. 

 

왜냐고? 치악력이 너무 쌔면 안 그래도

약한 이빨이 쉽게 부러지기에 

입을 살살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검치호들은

덩치도 크고 무서워보이는데

정작 무는 힘은 350psi정도다.

 

어느 정도 수치인지 감이 안 잡힐테니까

 

 

 

이 견종과 비교해보면 된다.

대형견 마스티프 치악력이 550psi정도 된다. 

 

그러니까 검치호는 덩치는 사자보다도

크지만 주제에 무는 힘은 개만도

못하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맹수들은 이빨로 뚫어서 내는 출혈보다는

치악력으로 목뼈를 분지르거나

질식시켜서 죽이는 걸 훨씬 효율적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런 진화방식은 누가봐도 비효율적이다.

 

이빨이 긴 놈만 섹스할 수 있으니 모두가

이빨을 늘리고, 긴 종들만 교배를 해서

더 긴놈만 낳고, 

 

그 더 긴놈이 더 긴놈을 낳고...

그리하여 종족 전체가 이빨만 큰

종으로 전락한 것이다. 

 

 

 

 

 

치악력도 약하고 무기도 병신인 검치호들이 노릴 수 있는 생물은 당연히 한정적으로 변해갔다.

 

 

 

 

 

크고 느린 검치호 스펙으로도 죽일

수 있는 땅늘보같은 

 

느려터진 대형포유류들이 있을 때는

그래도 검치호 새끼들도 먹고 살만 했다.

 

달리면서 이빨로 찔러 넣어서

과다출혈로 죽이거나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서 목덜미에 이빨을 박는

식으로 사냥할 수는 있으니까.

 

그러나 땅늘보를 포함한 대형포유류들이

멸종하고 사슴같은 작고 날쌘 포유류들이

살아남게 되자 검치호는 이제 진짜 먹을

것이 없어졌다.

 

그리하여 늑대나 퓨마 같은 검치호보다

훨씬 덩치는 작지만 효율적인 이빨과

무기를 지닌 포식자들에 밀려 검치호는

전부 멸종하고 만다

 

 

결국 짝짓기를 향한 열망이 이렇게 한

종족을 멸종하게 만든 것이다.

 

 

 

 

 

똑같은 케이스가 초식동물한테도 있다. 

메갈로케로스라는 이름의 이 덩치 큰

사슴들도 검치호랑 똑같이 존나 큰

뿔을 가진 수컷만 섹스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치호들과 똑같은 이유로 멸종했다.

 

 

결론. 

이 세상에는 짝짓기보다 더 나은것을 추구해야 살 수 있다.